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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단톡방 파문’에 이은 일반인 유사 피해 속출
‘정준영 단톡방 파문’에 이은 일반인 유사 피해 속출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04.2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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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단톡방 파문’에 이은 일반인 유사 피해 속출

불법촬영물 이동경로 사실상 파악 어려워

 

 

최근 '정준영 단톡방(카카오톡 메신저) 파문'이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 촬영물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14일 입건된 정준영뿐 아니라 그와 같은 방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연예인들도 경찰 조사를 오가거나 입건됐다. 현대인의 대부분이 삶의 일부로 여기며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의 안전성 여부를 알아봤다.

 

일상의 편의와 불편함 사이, 사각지대 드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한 시기와 맞물려 단체 채팅방은 가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이 대표적인 폐쇄형 플랫폼 구조의 단체 채팅방은 참여자들이 속한 공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편리한 정보 유통 채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 채팅방의 환경적인 특성 때문에 일상에서 원치 않는 피로감을 느낀다는 사례 또한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잦은 알람, 답장 요구, 과잉 친목 등 단체 채팅방으로 인한 개인적 피로감은 사적 관계 유지를 위해 대부분이 수용하면서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실제로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특정 방에 초대를 받는 경우, 인적 관계를 고려해서 이를 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계 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30대 초반 A씨는 직장 생활을 이유로 여러 단체 채팅방에 속해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업무용으로 사내 메신저를 사용하지만 팀원들끼리 업무 외의 이야기를 나누는 채팅 공간도 따로 두고 있다”며 “가끔 누군가가 맥락에 맞지 않는 이야기로 관심을 사려할 때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답했다.

 

단체 채팅방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피로감 때문만은 아니다. ‘정준영 단톡방’처럼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다면 참여자들은 속수무책 해당 음란물에 노출되는 위치에 놓인다. 올해 인크루트가 발표한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인남녀 중 1개 이상의 단체 채팅방을 사용하는 비율은 94%에 육박하고,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의 평균 개수는 6개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찌라시·성희롱 및 불법 촬영물을 단체 대화방에 유포하는 행위를 전체의 3%정도는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불법 콘텐츠를 유포하는 참여자가 아닌 다른 참여자 입장에서도 의도치 않게 범법 행위를 목격하거나 방조할 입장에 처하게 됨을 시사한다. 이른바 ‘정준영 카톡방’과 같이 음란물 공유의 사례는 참여자 또한 처벌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단톡 문화 위한 사회적 인식 제고 필요

단체 채팅방을 통한 불법 게시물 유포의 무서움은 확산성과 증거물 확보의 어려움에 있다. 일단 한번 유포된 콘텐츠는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 범위 내에서 은밀하지만 빠른 속도로 걷잡을 수 없이 공유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로 인한 일부 여성들의 피해 사례는 각종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고 지인들과 공유한 사실을 지인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B 씨는 수사기관에 곧바로 신고를 접수하며 해당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성관계 영상의 유포 사실을 신고하더라도 원본과 복사본의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상에서 삭제 지원은 사실상 드물다고 업계는 말한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증거자료 요청이 있을 시 회사의 서비스 운영 방침에 따라 서버에 남아있는 기록을 조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버의 데이터 저장 기간은 게시일로부터 2~3일까지 정도이기 때문에 자료를 확보해서 제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신고가 접수된 당사자만 서비스 이용 제재 등 합당한 후속 조치를 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도 원본의 삭제나 복사본의 확산을 막기에는 어렵다.

 

‘정준영 단톡방 파문’ 관련 기사 댓글 창에는 ‘남혐·여혐’ 대립 논쟁이 빠지지 않는다. 이에 ‘단톡방 몰카 사건’을 단순히 남성들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근거 없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10개 이상의 단체 채팅방에 속해있다는 28세 남성 C씨는 “적어도 제 주위에는 문란한 영상이나 음성 파일을 주고받는 행위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불법 동영상 유포는 남녀를 불문하고 일부의 몰지각한 행위일 것”이라고 규정했다.

 

단톡방이나 텔레그램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주요 개방형 플랫폼에 비해 노출이 덜한 폐쇄형 유통 경로로 둔갑할 수 있기에 불법 동영상의 유포와 확산을 더 자유롭게 하는 측면이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여성의 동의 없이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단톡방을 유포한 경우 ‘촬영물 반포죄’로 형사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사전 요구나 2차 확산 없이 단순히 단톡방에 올라 온 몰카 동영상을 본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범법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라는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의 ‘우리끼리’라는 안일한 생각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 제고와 안전장치 도입한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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