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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전쟁 Ⅱ] 양대 사정기관의 '진흙탕 싸움'
[검·경 수사전쟁 Ⅱ] 양대 사정기관의 '진흙탕 싸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6.18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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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사정기관의 '진흙탕 싸움'

대립 확산되며 국민들의 공권력 불신도 커져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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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둘러싼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 반발을 시작으로 검찰과 경찰의 기세 싸움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밑에서 치열한 여론전을 펼쳐지던 양 기관은 서로의 전직 수장은 물론 현직인사들에 대한 공개수사까지 나서며 ‘진흙탕 싸움’으로 전장을 확산시켰다. 양측 모두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수사전쟁’이라는 분석이다.

 

전직 경찰청장 구속시킨 검찰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전직 수장을 향해 칼끝을 겨누는 모습은 마치 ‘인질극’을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수사권 조정 국면에 돌입하며 사정기관 양대산맥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맞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5월10일,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강신명, 이철성 두 명의 전직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지난 6월3일 서울중앙지검은 강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전직 경찰 수뇌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마자,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조정을 앞둔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에 검찰은 하루 뒤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책임의 정도에 대해 보완조사를 하고 신중히 판단한 결과, 기각된 대상자의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며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검찰이 문제 삼은 부분은 공교롭게도 수사권 조정의 핵심 사안과 일치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검찰은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별도 수정사항 없이 처리될 경우 경찰 권한의 비대화를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정보경찰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마침 강 전 청장 등이 연루된 범죄가 바로 정보경찰과 관련된 사항이다. 검찰이 수사를 여론몰이에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둘러싼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 반발을 시작으로 검찰과 경찰의 기세 싸움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둘러싼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 반발을 시작으로 검찰과 경찰의 기세 싸움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

 

맞불 작전 펼치는 경찰

경찰도 가만있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황철규 부산고검장을 수사 선상에 올리며 맞불을 놨다. 이는 임은정 충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김 전 총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하며 비롯됐다.

 

임 검사가 문제 삼고 있는 건은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소속돼있던 윤 모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건이다. 윤 검사는 당시 고소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상급자 도장을 찍어 고소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임 부장검사는 당시 대검 감찰1과가 윤 검사의 고소장 위조 등을 인지하고 확인까지 했는데도 감찰 또는 수사를 하지 않은 점과 이를 보고받은 당시 대검 차장과 검찰총장이 그대로 결재한 점 등의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대검에 이 일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김 전 검찰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현직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 전 총장 등이 경찰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민 청장은 “법적 절차는 공평하게 헌법 정신에 기초해 누구에게든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것은 강제수사 절차가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검찰이 전직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 역시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Flickr
검찰이 전직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 역시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Flickr

 

패스트트랙 열차 탄 공수처 도입, 무사히 도착할까?

수사권 조정 문제와 검찰과 경찰의 대립과 이로 인한 상대 수장을 향해 벌이고 있는 수사와는 별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와 뇌물수수 의혹을 놓고 과거 수사가 부실했다며 고위간부의 유착 의혹을 다시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전·현직 검사가 관련된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때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거나 축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일부 기소하는 기관인 공수처 도입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도입 문제 역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고 있다. 새로운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논리도 제법 만만찮은데, 최근에는 윤웅걸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검찰 내부망 글을 올려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의 의견이 뒤섞여 혼란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공수처에 대해 청와대가 고집을 버려야 의회민주주의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공수처의 설치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 대세이다. 적정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할 의미 있는 조직체로 자리매김한다면 사법개혁의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수사·기소권 등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한국의 이런 형사수사체제 자체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그래서 더욱 공수처 같은 특수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다소 간의 시행착오와 논란 속에서도 합리성과 유연성이 기초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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