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투자 관점과 설득으로 ‘기업 사냥꾼’ 이미지 벗다
장기적 투자 관점과 설득으로 ‘기업 사냥꾼’ 이미지 벗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6.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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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투자 관점과 설득으로 ‘기업 사냥꾼’ 이미지 벗다
변화 위한 적극적 시도가 중요하지만, 시행착오도 뒤따를 것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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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주로 기업 분할,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며 피어(Peer) 그룹 대비 성과가 저조할 때 공격성을 띠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해 경영 전반을 재정립하는 경우도 발생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방식 이외에도 기업의 경영 전략에 깊이 관여하면서 ‘설득’을 시도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행동 시작
올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화두는 단연 ‘주주행동주의’다. 644조 원의 자산을 융통하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채택하면서부터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수탁받은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국내 재벌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같은 해 9월에는 ‘대한민국 1호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내건 플랫폼파트너스가 주주총회에서 외국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격돌하기도 했다. 운용보수를 낮추자는 행동에 다른 투자자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최대 화두다. 지난해 트라이언(Trian) 펀드가 글로벌 기업인 P&G와 GE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트라이언펀드는 기업 분할이나 자사주 매입이 아닌 경영의 방식이나 밀레니얼 소비자에 대한 접근 방법의 변화 등을 요구했는데, 이는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변화만이 아닌 기업 전략의 변화를 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우는 투자자들을 가리켜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라고 지칭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기업가치 분석과 미래 실적 전망을 토대로 투자 활동에 나서는 일반적인 투자자들과는 달리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적극적 투자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때문에 그동안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에 관여할 때 주로 지배구조, 자본구조, 사업전략의 개선과 변화를 요구하며 이사 후보 추천이나 경영진 교체 요구(지배구조 측면), 배당 정책 변경과 자사주 매입 요구(자본구조 측면), 비(非)핵심 사업 매각이나 인수합병 추진 요구(사업전략 측면) 등의 전략을 앞세워 활동해왔다.
 
LG경제연구원의 박종석 책임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나타나는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항상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만도 아니며 그렇다고 항상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며 “결국 해당 기업이 처해 있는 시장 및 경영 상황에 따라 그 성과는 달리 나타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성과가 저조하던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기업이 그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 시장으로 눈 돌린 행동주의 투자자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은 세계에서 행동주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때문에 세계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는 주로 이 지역에서 나온다. 트라이언펀드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엘리엇 매니지먼트,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자나 파트너스, 밸류액트 캐피털 매니지먼트, 퍼싱스퀘어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이 그들이다. 이 중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최근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해 적극적 공세를 펼친 그룹인데, 이들은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그룹에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에게 10조원이 넘는 초과 자본금을 환원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적으로도 이들의 투자 사례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투자 타깃도 점점 덩치 큰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엘리엇의 사례처럼 이들의 관심이 최근 들어 아시아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7년 행동주의 투자자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투자 대상 기업에게 발의한 안건 중 31%(106건)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의 행동주의 투자는 주요국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일본을 주축으로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한국 등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안건 발의 비중이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황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요구 수용률이 높아진 점이 아시아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이 늘어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노력과 함께 정치권도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과 함께 지배구조 규제 논의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아시아 공격과 대응 방안’을 통해 밝혔다.
 
소통 채널 확보 위한 선제적 노력 필요
사실 과거의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이른바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단기차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사례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궁극적인 수익 증대를 모색하는 방안을 내세우기 시작했고, 경영진과 상호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안건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10년대 이후 행동주의 투자 전략이 사업 구조조정, 인수합병, 미래 전략 등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된 제안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관점이 단기 차익 확보 전략에서 장기 수익 증대 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김형석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촉진하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경우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전한 바 있고, 제브라투자자문의 이원일 대표이사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기업의 대화 시도가 장기투자자를 확대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시행착오가 많을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노력은 물론 순환출자 등 과거의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행동주의 투자자들과의 소통 채널을 확보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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