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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모의 경제 흐름에 놓인 제조업
탈규모의 경제 흐름에 놓인 제조업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6.2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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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모의 경제 흐름에 놓인 제조업

지속적 가치 창출과 지위 유지 위한 성장통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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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와 비즈니스가 구조적으로 놀랍게 변하고 있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일 정도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탈규모의 경제로 성장의 축이 이동하며, 과거 규모의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탈규모 시대에 플랫폼 비즈니스로 도약하고 있는 제조업의 변화로 야기되고 있는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았다.

 

경제 성장의 축 이동 본격화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된 작금의 시대에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BIG4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이다. 이 외에도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플랫폼’이다. 이들은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을 앞당기는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형태는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소비자와 생산자의 양면 시장이 존재하고, 이들을 매개하는 형태로 봤을 때 사실 백화점이나 신용카드 등도 플랫폼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는 매개 비용이 높아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한계가 있었기에 더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 매개 여건이 활성화됐고, 플랫폼을 확대하는 데 적합한 형태를 띠며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기업 간·개인 간 협업과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플랫폼의 범위, 속도, 편의성, 효율성 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의 거대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사업 발전의 이상적 성장 엔진으로 활용해왔었다. 20세기 초반만 보더라도 거대한 기술적 부흥과 함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됐고, 대중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규모의 경제가 사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달라졌다. IT 기술의 발전과 IoT(Internet of Things)의 등장으로 인해 ‘탈규모의 경제’(economies of unscale)로 성장의 축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거대한 자산 규모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참여를 확보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치 창출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조영빈 대표는 지난달 열린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포럼 2019’에서 “향후 제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야 한다. 제조 기반에 다른 가치를 연결해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은 기능을 파는 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 경험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매 공백’ 메우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실 과거의 제조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큰 고민은 고객의 ‘구매 공백’이었다. 특정 고객은 하나의 장비를 구입한 후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다시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통은 제품의 수명주기가 끝난 이후가 돼야 재구매로 인한 수익 발생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같은 제품을 구매한다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차기작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불확실성을 감내한 상태에서 이 사이클을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 판매 후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공급하는 형태를 갖춘다면 초기 매출이 크게 발생하지 않지만, 장비가 보급된 만큼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이점을 간파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제조 강자들이 눈에 띈다.

 

에어 컴프레셔 제조 기업인 독일의 캐져(Kaeser Kompressoren)는 시그마 에어 유틸리티를 통하여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사업은 동일하게 가져가며 비즈니스의 중심을 전통적인 판매 모델에서, 에어 컴프레셔 기반의 서비스로 변화시켜나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0년대에 들어서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반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승강기 제조사인 오티스도 서비스 기업으로의 비즈니스 전환이라는 비전을 발표했고, 영국 프리미엄 자동차업체 롤스로이스도 항공기 제트 엔진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여 문제 발생 이전에 조치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독일의 BMW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2016년, R&D 인력 중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2021년 50%까지 확대하고,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디자인포럼의 박대순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이 되면서 기업은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더 빨리 생산하고 더 좋은 상품을 내놓던 과거와 달리 남들과 다른, 그리고 전과 다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적용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정기대 수석연구원은 “원천기술 보유사가 플랫폼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핵심가치의 지속적 유지와 다양한 수익 모델 확보, 그리고 플랫폼 운영 가이드라인 설정 등이 주요한 성공전략이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의 과감한 결단 필요한 때

복수의 전문가들은 제조기업들의 변화에 있어 산업용 사물인터넷, 즉 IIoT(Industrial Internet of Things)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IIoT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IoT보다 더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에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의 투자가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전자공학부의 김평수 교수는 “제조업과 다양한 ICT와의 융합으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시대가 열린 가운데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기술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자 대표적 기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본격화됐다. 많은 제조기업들에게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의 흐름이 변하고 있기에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조업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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