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가격 이면에 숨겨진 ‘담합’
고무줄 가격 이면에 숨겨진 ‘담합’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6.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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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가격 이면에 숨겨진 ‘담합’
소프트웨어가 결정하는 온라인 시장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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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찾다보면 어딘지 이상한 점을 느낄 때가 있다. 동일한 쇼핑몰의 같은 판매자가 파는 상품인데 실시간으로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입을 위해 눈여겨두었던 제품 가격이 올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제를 한다거나, 혹은 잘 활용만 한다면 최저가까지 가격이 변동될 때를 기다렸다가 구매를 할 수도 있다.
 
하루 사이 널뛰기 하는 온라인 마켓 가격
최근 온라인 마켓을 통해 노트북을 구매하려고 했던 직장인 A씨는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 때문에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취소를 몇 차례 반복했던 그는 결국 구매를 결심하고 잠들기 전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하지만 다음날 구입을 위해 다시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금액이 올라있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꼭 필요한 제품이라 어쩔 수 없이 결제를 했지만 다음날에는 값이 내려가 있는 걸 보게 된다. A씨는 “가격 변동이 하루 사이에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며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연유를 알 수 없어 구매자 댓글을 통해 항의도 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시장의 가격변동은 몇 천원 단위에서 크게는 몇 만원까지 변화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고무줄 가격’은 ‘디지털 카르텔(Digital Cartel)’로 불리는 담합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이익을 봤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결제하기 직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높아지면 손해 봤다는 기분을 가질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카르텔은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업의 담합행위’로 정의된다. 이처럼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가격을 변동하는 주체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라는 부분이다.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자가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수시로 가격을 변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보니 가격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마켓 특성상 ‘자동 가격 설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동 가격 설정 프로그램 통한 담합
실제로 적지 않은 온라인 판매자가 자동 가격 설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매자가 각 상품별로 가격과 가격 변동 조건, 변동 시간 등을 미리 입력해두면 실시간으로 가격정보에 맞춰 상품의 가격을 조절해주는 소프트웨어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가격 비교 사이트가 성행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활용됐다고 전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쇼핑몰 운영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업체들은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월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물건 값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여러 업체의 물건 값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판매자 입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 대신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정 가격을 유지하며 업체들이 공생하는 쪽으로 타협할 수 있다. 사실상 담합인 셈이다.
 
흔히 전통적인 개념의 담합은 소수 사업자가 경쟁하는 ‘과점(寡占)시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스스로 시장 상황을 파악해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카르텔은 참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공정거래법’에 의한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주요 공정거래 당국 문제의식 함께 높아져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서도 가격정보 허위게시, 상품정보 불일치 등 비교적 가벼운 위법 사례만 적발해 디지털 담합을 적발한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갈수록 소비자들의 구매정보와 소비패턴에 대한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가진 온라인 가격전략들이 선보이고 있는 추세라 해결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로 인해 각국 공정거래 당국의 문제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대응이 쉽지는 않다. 소프트웨어에 의해 실시간으로 일어나 사업자의 담합 의도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한 몫 한다. 전문가들은 가격 설정 소프트웨어가 경쟁 판매자끼리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담합을 인식한 상태로 이뤄지는 묵시적 담합의 영역을 확대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실제 규제가 나타나는 추세다. 미국 법무부는 경쟁 사업자들과 아마존에서 포스터 판매 가격을 고정하기로 담합한 혐의로 ‘포스터 레볼루션’의 데이비드 톱킨스 대표를 제소한 사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벌금 2만 달러를 내는 선에서 가격 담합 혐의를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디지털 카르텔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포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분야별로 연구에 나서 디지털 카르텔과 알고리즘 담합 문제는 경쟁법제분과에서 다루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국내 환경에서 디지털 카르텔 규제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지 등에 대해 전문가 논의와 연구용역을 통해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 마켓의 급성장 속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울리는 제도적 규제와 공정거래질서 수립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가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카르텔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위험성을 예방하는 행동지침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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