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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 II] 최소한의 권리 보장해야 공익제보의 본래 가치 드러날 것
[공익제보자 II] 최소한의 권리 보장해야 공익제보의 본래 가치 드러날 것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7.2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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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공익제보자의 외침

최소한의 권리 보장해야 공익제보의 본래 가치 드러날 것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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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를 장려할 목적으로 정부가 지난 2011년에 도입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명색이 무색해지고 있다. 공익신고자의 익명성과 신상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복성 소송, 부당 처우, 외압 등으로 공익신고자들은 2차 피해를 겪는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이 있음에도 이 테두리 안에 신고자가 설 공간은 없어 보인다. 이에 지난 6월에는 공익제보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활성화를 위해 법조계의 움직임이 있었다. 제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인 비밀유지권을 보호해주기 위함이다. 보호법 활성화를 위한 보호 장치 마련 촉구,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의미 없는 신원 노출 ‘공익제보’

지난해 12월, 학교 교감승진 예정자의 부적절한 행실을 국민신문고에 제보했다가 신원이 노출돼 지속적인 압박을 못 이겨 죽음을 택한 전라남도 고등학교의 한 교무행정사. 2014년 경기도 시흥의 ‘사무장 병원’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신원이 노출됐던 공익제보자. KT의 ‘세계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 조작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후 3차례의 징계라는 불이익을 받은 전 케이티새노조 위원장. 이 밖에도 공익을 위해 제보 후 불이익을 겪었던 많은 이들이 있다. 이들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와 15조에 명기된 ‘공익신고자의 동의 없이 신원을 노출하는 행위를 비롯해 해임, 따돌림 등의 불이익 조치를 내리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조항에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다. 공익신고자의 신원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공익제보가 사회를 더욱 건전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혹시 모를 피해를 감수하고 제보를 한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보상이 아닌 제제와 압박이 대다수였다. 특히, 제보자의 실명이 노출되는 등 신원에 대한 비밀을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밀고자’, ‘배신자’라는 오명을 떠안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이 같은 오명은 치욕일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에 대한 유일한 보상 개념으로 정부 보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규모가 작아 실효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보상대상가액이 커질수록 지급률도 떨어진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공익신고자 보상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지급된 보상금은 57억3,600만 원(5,927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실제 보상금의 거의 대부분은 300만 원 미만(96.35%)이며, 절반 이상은 채 100만 원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조사됐다. 전체 평균을 계산해보면 1건당 96만 8,000원에 불과했다. 제보자들은 개인의 불이익이나 심지어 고발·소송 등까지도 염두에 두고 신고를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유일한 보상 수단인 정부 보상금의 수준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의 이재학 연구원은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시행령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익신고자의 신원정보가 노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신고자의 신분 노출이 반복되지 않도록 담당 기관이나 소속 직원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함은 물론 신원 노출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담 등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스템적 결함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담 등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스템적 결함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공익제보자로 인정받기조차 까다로운 환경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해외에서는 어떨까? 먼저 1989년 ‘공익신고자법’을 최초로 제정한 미국의 경우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고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불이익조치와 공익신고의 상관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소속기관에 지게 한다. 2012년에는 공익신고자보호증진법을 추가로 제정해 공익신고로 인한 불이익조치를 폭넓게 인정했다. 보복성 손해배상제도도 존재한다.

 

영국의 경우 신고자는 진실 여부를 직접 증명할 필요가 없고, 신고 자체만으로 보호를 받는다. 이때 공익침해행위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정 법률이 아닌 포괄적으로 적용되며 공익신고자가 현직에 몸담고 있다면 신고 내용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소속기관은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도록 강제한다. 캐나다의 경우 ‘공직자 신고 보호법원’을 두고 부패행위를 신고하고 보복으로부터 보호와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독립된 사법 체계 속에서 내부고발자 보호와 함께 부패행위에 대해 신속하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8년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내부 고발로 페이스북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태를 계기로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했다. 일본은 2006년부터 ‘공익통보자보호법’을 시행해왔는데, 현재는 약 450개 법률 위반행위가 공익침해행위로 인정받고 있다. 언론과 소비자단체 등에 신고해도 공익신고로 인정받는 점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이처럼 공익제보자에 대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해외에 비해 국내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제보를 했을 때 공익제보자로 인정받기조차 까다롭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2조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등을 침해한 행위로 공익신고 대상 284개의 법률 또는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말한다. 배임과 횡령, 성폭력 등 형법상의 범죄행위를 신고하는 경우 이 법률에 의거해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같은 정해진 기관에만 신고해야 인정받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복수의 전문가들은 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인정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신고의 창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공익제보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담 등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스템적 결함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 및 사업체별로 관련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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