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로 푸드테크의 미래를 그리다
식물성 고기로 푸드테크의 미래를 그리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8.19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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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고기로 푸드테크의 미래를 그리다
 
 
ⓒFortune Live Media/Flickr
ⓒFortune Live Media/Flickr

 

지난 5월2일 미국 정육업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나스닥에 상장하자 세계 금융 시장이 들썩였다. 상장 당일 주가가 65.75달러로 공모가인 25달러 대비 163%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2억 달러 이상이면서 상장 첫날 2배 넘게 오른 종목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20년 동안 없던 일이다. 자연스레 관심은 그들의 회사명에 담긴 ‘고기를 넘어’라는 의미처럼 대체육류 식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체 육류 식품 개발의 선두주자
대체육(代替肉)은 우리가 흔히 식용으로 많이 쓰는 닭고기나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기를 뜻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육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등장했는데, 일반적으로 채소와 콩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며 기존 육류의 맛이나 영양을 대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동물성 육류를 통한 포화지방이나 항생제 섭취 등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인식이 크고 가축 전염병의 위험에서도 벗어나 있다. 지나친 육식이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고기 소비량이 매년 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지구상에서 축산업에 활용되는 토지만도 30%에 달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벌목됐다는 자료도 있다. 또한 사료 경작지에 투여하는 비료, 제초제와 축산 폐기물, 항생제 등이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는 등 생태계 전반에 큰 부담을 안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식물성 고기가 기존의 육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졌다. 특히 인류와 지구환경, 동물복지를 생각하며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를 새로운 선택지로 여기게 되었다. 식물성 고기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며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7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인공 쇠고기에 이어 인공 생선, 인공 달걀 등으로 확장되고 있어 대체육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체육류 소비가 자리를 잡으면 물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토지 사용량을 40~99%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는 대체 육류 식품 개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08년 ‘미래의 단백질’을 창조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되어 지금까지 비욘드 버거와 비욘드 소시지, 비욘드 비프크럼블 등 다양한 육류 대체품을 개발해왔다. 식물 단백질을 추출한 뒤 섬유질과 효모 등 여러 식물성 원료와 혼합해 실제 고기와 같은 맛과 식감을 내고 육즙도 느낄 수 있다. 실제 제품을 먹은 사람들은 “식물성 고기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섭취하면 모를 정도로 기존의 가짜 고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음식의 미래’ 경험했다는 빌 게이츠도 투자 행렬 가세
비욘드 미트의 창업자 이던 브라운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와 함께 주말마다 찾았던 메릴랜드주의 농장에서 일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는 “농장에서 일하는 동안 동물들이 도축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반드시 동물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브라운은 식탁에 올리는 ‘단백질 공급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메릴랜드 대학에서 공공정책으로 다시 학위를 받았고, 연료전지를 만드는 ‘발라드파워시스템’에 입사해 10년 간 근무하며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몰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환경문제와 동물 복지, 천연자원 보존에 대한 생각도 발전시켜 나갔는데, 어린 시절 문제의식을 느꼈던 고기 가공을 위해 동물을 대량 사육하고 도축하는 시스템에 도전장을 던지게 된다.
 
비욘드미트가 처음 도전한 건 닭고기 대체품이었다. 미주리대 연구진 두 명과 함께 제품 개발에 뛰어들어 대만에서 수입한 식물성 단백질만 100% 사용해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치킨스트립’을 내놨다.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자 햄버거 패티로 종류를 늘렸는데, 맛과 식감이 육류 고기와 차이가 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형이 급속히 커졌다. 인류를 위한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호평까지 받으며 벤처캐피털뿐만 아니라 개인들까지 투자가 줄을 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돈 톰프슨 맥도날드 전 CEO 등이 대표적이다. 게이츠는 비욘드 미트의 제품을 맛보고 “내가 쉽게 속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짜 닭고기의 맛과 질감이었다”며 “대체 육류가 아닌 음식의 미래를 경험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유기농 전문 마트인 홀푸즈 마켓에서 벌어진 치킨 샐러드 리콜 사태 때 화제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비욘드 미트가 생산한 식물성 치킨 샐러드가 일반 치킨 샐러드와 같은 코너에서 판매된 게 문제가 됐다. 식물성 치킨 샐러드와 일반 치킨 샐러드를 구분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며 대량 리콜 사태를 맞았는데, 위기를 맞이할 뻔 했지만 되려 소비자들은 ‘써놓지 않으면 맛이 구분이 되지 않는 식물성 치킨’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입소문이 더욱 퍼져나갔다.
 
대체 육류 산업계에 주어진 과제
비욘드 미트는 얼마 전 2019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73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로 뛰었다. 지난 5월 나스닥 상장 이후 주식시장에도 연착륙하며 7월 들어 2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완두콩과 쌀, 녹두를 재료로 ‘다진 쇠고기’를 선보였고, 코코넛오일 등을 재료로 육류 고기에 버금가는 식감의 패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본격적으로 식물성 고기를 ‘니치마켓’을 넘어 ‘메인스트림’에 진입시키기 위한 활발한 연구개발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가짜 고기가 반드시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논쟁의 근거는 식물성 고기의 성분과 제조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고기 맛을 흉내 내기 위해 들어가는 첨가물이 고기만큼 나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엔 실험실에서 고기 세포를 배양해 만들어지는 고기도 나오고 있어 건강에 대한 보다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댄 글릭먼 전 미국 농무부 장관은 “고기는 필수 단백질 섭취원으로, 가짜 고기에는 이를 보충할 수많은 재료들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욘드미트 등 식물성 고기가 진짜 고기보다 뛰어난 영양학적 요소를 지녔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비욘드 미트의 미래가 어두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잠재 고객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명분도 있고 ‘밀레니얼 세대’들의 윤리적 소비의식에서 대체육류의 시장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브라운은 “환경을 위해 테슬라 전기차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며 “비욘드 버거를 구입하고 자신의 신념을 자랑하는 데는 고작 6달러가 들 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경쟁 업체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며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가공 단계와 첨가물을 줄인 식물성 고기를 생산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진 상태다. 다가오는 도전에 브라운이 어떻게 대응하며 비욘드 미트와, 그리고 시장을 선도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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