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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을 만들어 드립니다”
“평판을 만들어 드립니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11.26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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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을 만들어 드립니다”

 

 

ⓒPixabay

 

유망사업이 거론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온라인 평판관리와 관련된 기업들이다. 인터넷과 SNS의 시대에서 그들이 온라인상에 만들어 놓은 평판은 빠른 속도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이 되어 관계 형성 및 평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평판의 사전적 의미는 ‘비평하여 시비(是非)를 판정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옳음’도 돈으로 사는 시대다.

 

평판도 구매하는 사회

온라인 평판 및 개인정보관리 기업 레퓨테이션닷컴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퍼틱은 자신의 저서 '디지털 평판이 부를 결정한다'에서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평판은 선택과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사기 전 다른 사용자의 리뷰를 읽어 보고, 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원자의 면접을 보기 전 온라인 프로필을 살펴보기도 한다”고 말하며 네트워크의 시대에서 평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NS가 발달한 요즘,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고 그 대상이 기업이라면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입으며 주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남양우유 대리점주 강매 사건,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이며 최근에는 경비원을 구타한 프랜차이즈 기업인과 재벌 3세의 폭행사건의 사연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구창환 소장은 “부정적인 평판일수록 그 속도와 크기가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며, 만들어진 평판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소비자에게 영향을 줍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생겨난 신종 사업 분야가 온라인 평판관리다. 온라인 평판관리는 개인 또는 기업과 관련된 정보나 브랜드 등을 보호할 만한 사전 대책 등을 세우고, 온라인 등에 올라온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해 악성 평판이 보였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평판관리가 사이버상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미디어 환경이 오프라인 매스미디어 중심에서 사이버, 온라인의 디지털미디어, 소셜미디어로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평판관리라고 하면 악성 댓글을 삭제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판관리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관계된 곳이라면 평판이 개입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의 활동은 기업의 홍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고객관리, 인사 등 미디어 변화에 맞춰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평판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층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 대표는 “과거 2~3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가 큰 업체들만 의뢰했던 반면, 최근에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온라인이미지 관리를 위해 많이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 평판이 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상에서 팔로워 수는 곧 그 사람의 인지도나 유명세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SNS로 평가받는 인스타그램의 경우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로워 1만 명 정도의 계정이 10만 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팔로워 늘리기부터 계정관리에 관한 전략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SNS마케팅은 필요한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팔로워 늘리기, 좋아요 및 조회 수 늘리기, 계정관리 서비스 등 가능한 모든 영역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추세다. 이제 SNS상에서 평판관리는 기업의 경영 전략일 뿐 아니라 개인의 명성과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에 평판은 마케팅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핵심 전략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케팅 측면뿐 아니라 자기 PR로 스스로 평판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다. SNS를 활용해 자신이 다니는 회사나 제품 홍보에 자발적으로 나서거나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화된 온라인 평판관리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마케팅이나 자기 PR의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지표로 봐야할지 시선은 엇갈린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비판을 받고 ‘그름’으로 판단되어야 마땅할 대상이 돈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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