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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Y세대, 아이와 어른 사이에 놓인 ‘어른이’ 신세
미국의 Y세대, 아이와 어른 사이에 놓인 ‘어른이’ 신세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2.06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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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Y세대, 아이와 어른 사이에 놓인 ‘어른이’ 신세

 

 

ⓒPixabay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더 많은 혜택, 체계적인 교육, 더 많은 자유를 누린 미국의 2030세대는 ‘천덕꾸러기’로 불린다. 얻는 손질에 비해 큰 소비, 쉽게 결정하는 이직, 점증하는 혼전동거. 이들이 천덕꾸러기로 불리는 이유다. ‘Y세대’라고 불리는 1980년 초반부터 2000년 사이의 미국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소년기를 축복 속에 보낸 Y세대

미국 20~30대 청년들은 종종 미디어에서 사회의 문젯거리로 등장한다. 늦은 취업, 과한 소비, 나태한 삶, 불확실한 커리어는 이들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꼽히기도 한다. 보험회사 프루덴셜사는 1997년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사회봉사활동 실태조사보고서에서 이들을 처음 ‘Y세대’라고 지칭했다. 지금의 시각과 달리, Year2000 즉, 21세기 주역이 될 세대라는 의미에서 고안된 용어였다.

 

Y세대는 역사적으로 볼 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가장 행복하게 보낸 집단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 Y세대는 개인용 컴퓨터를 보유했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제적 지원 속에 풍요롭게 자란 편이며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영화 ‘나홀로 집에(Home Along, 1990)’에서 호황 속 미국가정의 행복한 아이 ‘케빈’을 연기한 주인공, 맥컬리 컬킨(Macaulay Culkin, 1980년생)은 Y세대의 맏형 나이다. 부모가 모든 관심을 아이에게 쏟고 있었고,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손에 얻을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 앤서니 김은 Y세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복하게 자란 저도 미국에서 와서 놀랐습니다. 한국에선 정말 잘 사는 집의 자식들만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미국 청소년들은 누구나 소유하고 있었고 주말,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가족들과 정말 호화롭게 보냈습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미국에서 공부한 제가 볼 때 Y세대는 정말 축복받은 세대였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천덕꾸러기로 불리는 ‘불황의 자식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국이다. 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남긴 불황의 상처도 깊은 상태다. 아직까지 미국은 세계의 각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 위상이 다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기대와 사랑을 받아 온 Y세대는 공교롭게도 금융위기 이후 사회로 진출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미국 출신의 다국적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상태였다.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서 미국의 Y세대는 취업연령이 늦어졌고 덩달아 혼인연령도 늦춰졌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Y세대가 겪은 현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지만 불안하고 준비돼 있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한국의 종합물류기업 미국지사에서 근무하는 제이콥 피터는 “미국의 20~30대 청년들은 끈기가 없습니다. 일이 많아져 ‘수당을 넉넉히 줄 테니 야근을 해달라’고 요청해도 필요 없다며 대부분 퇴근합니다. 이직도 매우 잦습니다. 오히려 한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 청년들은 오래 일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선호합니다”라고 밝혔다. 축복 속에 자란 Y세대는 경제적 불황 속에도 자신들이 어렸을 적에 누렸던 모든 생활 패턴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기에 이른바 ‘어른들’은 Y세대를 ‘철없는 세대’로 여기기도 한다.

 

새로운 미국을 만들고 있는 Y세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가장 호황인 시절에 세상에 나온 Y세대는 교육에서 많은 혜택을 얻었다. 그들은 단순히 양적인 교육뿐 아니라 이전세대보다 더 질적인 교육을 받았다. 흔히 전 세계 인구의 ‘용광로(Melting pot)’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Y세대가 성장하는 시대에 더욱 진보적인 아젠다가 다루어졌다. 이 시기에 흑인 인권과 성소수자의 권리 등 그동안 사회의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양성 평등에 관한 이해도 심화됐다. 이는 교육계에 반영됐다.

 

뉴욕타임스는 현 Y세대가 전 세대에 비해 훨씬 양성 평등 의식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교의 사회학자 새라 테보(Sara Tebo)의 연구를 인용하며 젊은 세대가 평등한 성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Y세대들은 미국 사회가 용광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세대로 평가받기도 하다. 이민자에 대한 문턱을 높인 트럼프 대통령은 젊은 세대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텍사스 주에 거주하는 마크 던은 “Y세대의 투표율이 부모 세대보다 현저히 낮다는 조사결과를 TV에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약하고 가치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트럼프 반대 운동에 참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Y세대는 기성세대로부터 천덕꾸러기 신세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패턴은 기성세대가 제공한 유산을 받아 성장했다. 이들이 기성세대가 될 미국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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