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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소비자’가 되기보다 진정한 ‘욜로’ 추구
‘만만한 소비자’가 되기보다 진정한 ‘욜로’ 추구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12.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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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소비자’가 되기보다 진정한 ‘욜로’ 추구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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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면서 “욜로(YOLO)”라는 외침을 끝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배낭여행객들은 여행지에서 만나면 “욜로”라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욜로는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즐기자’라는 의미다. 이 풍토는 국내에서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N포세대’의 다른 이름 ‘폼생폼사’

‘N포 세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와 결혼, 내 집 마련 등 무한정으로 포기해야 하는 대한민국 2030세대를 일컫는다. 욜로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N포 세대들의 이면에는 ‘폼생폼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30세대가 고통을 감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이나 주택 구입 대신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명품·자동차 구매를 선택하는 식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누리자’는 것이다. 젊은 층의 이런 인식 변화는 과감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최근 수입자동차 구매 고객에서 30대 비중이 전 연령 가운데 가장 많았 것으로 알려졌고, 20대 고객이 구입한 수입차도 10년 새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2030세대가 수입차 업계에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명품 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매장 내 명품시계 판매 신장률도 매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 A씨는 지난 1년 간 모은 돈과 상여금을 최근 외제차 구입에 몽땅 털어 넣었다. 그래도 앞으로 4년간 매달 53만원의 할부금을 내야한다. 학자금 대출 잔액 등 갚아야 할 빚이 여전히 3,000만 원 정도 남아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 전셋집을 구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7년 넘게 걸리는데 그럴 바에야 평소 꿈꿔 왔던 걸 한 번쯤 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힐링부터 욜로까지’ 집단주의 이용한 마케팅

실제로 국내에서는 욜로를 앞세운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사들은 각종 욜로 패키지를 출시했고, KEB 하나은행은 ‘욜로앤포미’라는 문구를 앞세워 환전 이벤트를 열었다. 경주 북부상가시장에는 ‘욜로몰’까지 생겼다. 한 마케팅 종사자 B씨는 “마케팅 종사자로서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욜로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남들은 욜로정신으로 돈 쓰는데 나만 미련하게 살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잘못된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욜로는 특히 ‘여행 마케팅’에 많이 이용된다. 여행사, 항공사, 면세점 등은 욜로를 실천하려면 해외여행을 가야한다는 인식을 퍼뜨리며 앞 다퉈 욜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아무래도 욜로가 트렌드다 보니 여행사, 항공사 등은 소비자들 니즈(needs)에 맞춘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욜로 열풍 이전에는 웰빙, 힐링, 로하스 열풍이 있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사회 분위기를 상업화하고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며 그는 “힐링 열풍이 불었을 때 모든 제품에 ‘힐링’이 붙었습니다. 지금 ‘욜로’도 같은 맥락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이런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이 집단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집단에 소속되지 못한다는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기업들이 마케팅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저성장 시대를 걷고 있다. 무조건적인 성실과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받는 교육체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란 대한민국 청년들은 진정한 ‘욜로’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온전한 자신의 행복을 찾고 살아내려는 2030세대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며 진정한 ‘욜로 라이프’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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