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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집 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내 옆집 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9.12.06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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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집 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Pixabay

 

옛날에 이웃은 ‘이웃사촌’이라 불릴 정도로 먼 친척보다 가깝고 친숙한 존재였다. 심지어 이웃 간에 젓가락 숟가락이 몇 개인지 훤히 다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러나 점차 삶이 각박해지면서 이웃 간에 왕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오히려 무관심이 고맙다할 정도로 이웃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사소한 말다툼이 보복 살인과 같은 범죄로 번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범죄 주범이 된 ‘이웃사촌’

최근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 사이에 불신이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다. 층간소음으로 자주 다툰 이웃이 시비가 붙어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한편 층간소음 못지않게 층간흡연으로 윗집과 아랫집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평소 이웃 간에 층간소음이나 흡연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사소한 일을 계기로 폭행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와 관련된 사고 접수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사회환경 변화가 불러온 이웃 단절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에서 1년간 접수된 이웃 분쟁 상담을 분석한 결과, 층간 소음이 1위였고, 그 다음 누수문제, 하수도와 같은 시설문제, 흡연·매연·악취로 나타났다. 이중 실제 변호사, 조정전문가 등 전문가가 분쟁을 조정해 해결한 사례는 단 58건에 불과하다. 과거,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얼굴을 붉힌 적 있는 A씨는 “처음에는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했으나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민감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대화 도중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다. 다행히 오해가 풀려 일단락됐지만, 해당 이웃주민과 마주치고 싶지는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에 소통 관련 전문가들은 이웃 분쟁에 주된 요인으로 주민 간에 단절을 지적했다. 권석진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주무관은 “한국사회 공동주택은 지난 20년간 급속도로 증가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마을 공동체 붕괴, 익명성을 기초로 하는 도시화, 개인주의 확산으로 인한 이웃 간에 소통 단절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7년 사회조사연구기관 월드리서치가 전국 17개 광역시도 거주민 5,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이웃 간에 소속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단 2.8%로 2001년 대비 28%나 감소했다. 반면, 37.6%가 위급상황 발생 시 이웃에게서 도움 받기 힘들 것이라고 답해 10년 전보다 11.3%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이웃분쟁조정센터 전국 단 두 곳

이웃 단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전문가들은 서울시 이웃분쟁조정센터처럼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전 지역에 분쟁조정센터 400여 곳과 전문가 12,000여 명을 두어 이웃 간에 분쟁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웃분쟁조정센터가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개소한 서울 이웃분쟁조정센터는 첫 1년간 1,847건의 이웃 분쟁을 중재했다. 그중 센터 내 조정위원들로부터 갈등이 해결되거나 당사자 간에 합의가 도출된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그 동안에 합의 결과가 앞으로 발생될 이웃분쟁에 선례로 남을 것이기에 세간에 주목 받고 있다. 권 주무관은 “조정 과정을 통해 서로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당사자 간에 해결방안을 찾아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정에 참여하고 대화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점차 팽배해지는 이웃 분쟁을 줄이기 위해선 이웃 간에 단절이 아닌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이전과 사뭇 다른 사회 모습에 사실상 주민들과 소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주민들 간에 소통을 잘 이끌어낼 제도와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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