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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근무 중인 대한민국 직장인
24시간 근무 중인 대한민국 직장인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9.12.10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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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근무 중인 대한민국 직장인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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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직장인을 옭아매는 포승줄이 되고 있다. 국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업무 시간 외에도 업무로 연락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퇴근 후에도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고 있었다. 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법을 제정해 직장인들이 근무시간 외에 업무 이메일을 주고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도 했다. 24시간 근무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조명해보았다.

 

업무 후 연락에 대한 상반된 의견

플랜트 설계 분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 그는 퇴근 후에도 업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말이나 평일 퇴근 후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하달되는 업무 때문이다. A씨는 “퇴근 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평소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다음날 출근하면 얼굴을 봐야 하니 그러려니 하고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층의 사람일수록 퇴근 후 업무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실례라고 여기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를 당연시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인 친분이 아닌 업무적으로 휴식을 방해하는 일은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분야에서 근무하는 B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업무시간 외에 업무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라며 “가까운 동료일 경우 퇴근 후 고민 상담 등은 할 수 있겠지만, 업무 지시 등은 싫다”고 말했다. 박 씨에게 만약 후배에게 퇴근 후 업무를 지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그는 “업무에 대한 얘기는 업무시간에 얘기해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토목 분야에서 근무하는 C씨도 “업무가 끝나면 서로 간의 연락을 안 하는 게 가장 모범적이다”며 “업무 후 회식도 강제적이어서 싫다”라고 얘기했다.

 

상반된 의견도 있다. 금융회사에 일하는 D씨는 “업무적으로 주말이나 퇴근 후에 연락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대신 일을 시키거나 하지 않고, 업무적으로 궁금한 것만 물어본다”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답변 하나 못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교직에서 근무하는 E씨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등의 직업은 퇴근 후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른 직장도 마찬가지일 거다. 상황은 업무 시간이든 업무 외적인 시간이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월급을 받는 이상 항상 준비된 직장인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미디어 분야에 근무하는 F씨는 “직장도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는 곳인데 주말에 직장 후배들과 함께 놀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며 “같은 직장 사람끼리 업무가 끝나면 연락을 하지 않는, 남처럼 되는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제도화한 프랑스

디지털 사회가 발달하면서 편리한 점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 직장인들은 24시간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에 프랑스는 2017년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도입한 새 노동법을 적용했다. 이 법은 50인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프랑스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사 협의하도록 명시했다. 독일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일부 회사가 노사협약을 통해 퇴근 이후 이메일·메신저 사용을 제한한 사례가 있지만, 프랑스의 새 노동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므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일각에서는 한국 역시 프랑스처럼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적으로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OECD ‘2016 고용 동향’을 보면, 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이 기구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한국 노동자는 OECD 평균보다 43일 더 일한 셈이고, 월 22일 일한다고 볼 때 OECD 평균보다 1년에 두 달을 더 일한 꼴이다. 따라서 쉬는 시간이 다른 국가보다 부족한 만큼, 직장인들이 휴식만큼은 편하게 쉬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항공 분야에 근무하는 G씨는 “제대로 된 휴식은 일의 능률을 10배 가까이 오르게 할 수 있다”며 “아무리 바빠도 퇴근 후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바쁜 일은 없다. 직장 상사가 후배에게 연락해서 업무 상황을 알아야 한다면, 이는 그만큼 직장상사가 무능하다는 증거다”라고 꼬집었다.

 

개인 생활과 자유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업무 후 연락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사회적 요구가 많아지는 만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통과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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