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2 09:20 (월)
실리콘 밸리와 도파민 단식
실리콘 밸리와 도파민 단식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2.24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리콘 밸리와 도파민 단식
 
 
ⓒNeONBRAND, Unsplash
ⓒNeONBRAND, Unsplash
 
 
최첨단 IT 기업과 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대거 상주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곳은 ‘너무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편 건강식 등 신개념 트렌드를 시작하고 대중화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BBC와 주요 외신은 지난 11월 실리콘밸리에서 번지는 ‘도파민 금식’을 다뤘다.
 
도파민 단식,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에 대한 일시적인 전면 중지
디지털 ‘과잉 시대’에 맞서는 사람들의 새로운 생활 패턴을 제안하는 도파민 단식. 실리콘밸에 본거지를 둔 데이터 중심 수면 분석 스타트업 습립웰(SleepWell)의 공동 창업가 카메론 세파 (Cameron Sepah) 박사가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유행이다.
 
“과도한 자극은 사람들을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둔감한 상태로 이끌어갑니다. 도파민이 우리에게 기쁨과 동기를 느끼게하는 자극이지만,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누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셰퍼 박사는 디지털 과잉 시대에 맞서 사람들의 자체적인‘중단’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도파민 제한법을 제대로 실행하는 방법은 식사, IT 기술 사용, 음악 감상, 운동, 성관계 등 인간이 생존을 영위하기 위해하는 모든 일상적인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타인과 신체적으로 접촉하거나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도 포함된다. 쉽게 말해 24시간의 중단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않는 셈이다.
 
이처럼 도파민은 인간의 운동 행위(음식 섭취, 약물 복용, 성 행위 등)와 같은 행동이 있을 시 활성화가 된다. TED에서 도파민을 주제로 강연한 한 미국 교수는 도파민이 새로운 정보를 찾아낸 시점에서 가동되는 시스템임을 설명했다.
 
“맛있는 크루아상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을 때 ‘이제 매일 아침 이곳에 와서 커피와 빵을 먹겠어’라고 결심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은 강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2주 뒤 이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요? 이미 익숙해진 일상에 인간의 두뇌는 동일한 자극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유는 도파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보상에 대한 기대 심리는 신경 과학 언어에서 “원하다”로 축약한다. 뇌의 보상 시스템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학습’을 수반하게 된다. 사람이 특정 요소에 중독 증상이 있을 때 더 큰 자극과 쾌락을 원하고 이를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도 ‘학습’에 따른 결과다. 결국 인간의 욕망을 불지피는데 도파민은 방아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파 박사는 “도파민을 줄이거나 기능적인 뇌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도파민 금식은 단지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행동에 소비되는 시간”을 줄이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
 
도파민 단식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
도파민 금식을 체험한 실리콘밸리의 한 참가자는 SNS를 통해 “일상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지지했다. 소셜 미디어와 같은 특정 보상을 단순히 금지하면 도파민 자체의 수준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도파민의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세파 박사는 “직무 상 항상 스트레스가 많은 성격이 되면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는 중독성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및 기술과 같은 것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현대인의 삶에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가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사람들에게 24시간 동안만 도파민 ‘중지’를 제안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는 도파민 중지를 체험한 환자들이 기분, 집중력 및 생산성이 향상되어 다른 건강한 행동에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제공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도파민 단식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인간이 정상적인 활동을 통해 얻는 도파민을 ‘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유행에 반드시 동의하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코네티컷 의과 대학 정신건강의학과 데이비드 그린 필드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화면을 한눈에 볼 때마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급증한다. 이미 현대인은 기기에 전면적으로 중독되어 있기에 ‘(일시적 중단에 따른)큰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재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독성 행동의 근본을 해결해야한다”고 말한 그는 “강박적인 인터넷 사용을 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 이들은 IT 기술 및 기기 사용에 대한 건전한 제한을 두는 방법을 배워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은 ‘생존’이다. 사실 도파민의 작용은 생존력을 강화하려는 인간의 진화 원리, 즉 ‘본능’을 시스템 기저에 두고있다. 몰입, 동기 부여, 창의성 발현은 도파민이 고도로 발현된 결과이자 사회적 성공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거대 자본이 모여드는 최첨단 IT 혁신 기술의 도시 실리콘 밸리에서 도파민 금식이 유행하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더 강력한 도파민 사용을 위한 일보후퇴 이보전진 전략이 자리하지는 않을지 의문이 가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