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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사망에 '핵합의 탈퇴' 카드 꺼낸 이란, 전운 고조되는 중동
솔레이마니 사망에 '핵합의 탈퇴' 카드 꺼낸 이란, 전운 고조되는 중동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1.0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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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사망에 '핵합의 탈퇴' 카드 꺼낸 이란, 전운 고조되는 중동

 

 

ⓒBBC 뉴스화면 갈무리

 

이란 군부 최고 실세로 꼽혀온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군사작전에 의해 폭사한 뒤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하는 매우 강경한 조처를 내놓았다.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JCPOA에서 정한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 이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 및 제한 규정을 더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 원심분리기 수에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트위터

 

이로 인해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2015년 7월 타결한 핵합의는 협상의 두 축인 미국과 이란의 연이은 탈퇴로 좌초될 처지가 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타결된 JCPOA는 이란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협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유럽이 핵합의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솔레이마니 사령관마저 사망하자 이란 정부가 매우 강경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이란 정부는 단서를 달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핵합의는 사실상 좌초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유족을 만나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친이란 무장세력 역시 중동 지역 미군에 대한 군사작전을 공언하며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복수를 예고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군사보좌관은 "이란은 미군 시설을 대상으로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의 대미 보복 위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들이 우리를 공격했고 우리는 반격했다”며 “이란이 미국 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장비를 그들에게 주저없이 보낼 것”이라며 경고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대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이에 이란이 반발하며 JCPOA 이행 범위를 축소해왔고, 이라크 내 미군 시설이 공격당하자 미국은 배후로 이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아파 민병대를 지목해 보복했다. 이에 친이란 민병대가 이라크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승인하며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했다. 미국이 외국의 군부 고위 인사를 제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본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처단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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