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청바지
현대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청바지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0.01.07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청바지
 
 
ⓒPixabay
ⓒPixabay

 

‘푸를 청(靑)’은 식물이 땅 속에 뿌리를 내려 땅 위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한자다. 또한, 이 한자어는 풀, 푸르다, 나다, 생명을 의미해 본바탕 그대로를 나타내는 것으로 ‘젊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활기와 젊음을 상징하는 ‘청 소재’는 능직의 두꺼운 면직물인 데님(Denim)을 의미한다. 1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데님은 패션계에서 항상 트렌드의 중심 있다.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아이템
세계 최초의 청바지는 독일의 이민자였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이하 리바이)가 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광산에서 금을 캐던 광부들을 위한 작업복을 고안하다가 탄생하게 되었다. 초기 데님소재는 청색이 아닌, ‘진(jean)’이라 불리는 텐트용으로 생산된 두꺼운 갈색 천이었다. 광부들은 자주 찢어지는 작업복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했던 터라 튼튼한 진에 열광했고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탄생 초기에 청바지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서부로 길을 떠났던 노동자들의 거칠고 고단한 삶을 대변했다. 이후, 리바이는 뻣뻣한 진 대신 데님(Denim)이라는 직물로 바지를 만드는 변화를 감행했다. 데님은 진한 청색의 경사에 회색이나 염색되지 않은 위사로 짠 천을 말하는데, 세르지 드님(Serge denim, 프랑스 남부 님 지방의 옷)에서 유래됐다. 이러한 변화로 청바지는 현재 특유의 청색을 가지게 된 것이다.
 
1900년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청바지에 대한 인식도 변화했다. 청바지는 대공황을 거치면서 ‘끈기’와 ‘강인함’의 상징이 됐다. 노동자들의 힘겨운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했던 데님은 일반인들도 착용하는 일상의 아이템으로 변화했다. 청바지 뿐만 아니라 데님 소재의 아이템들은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새로운 세대가 형성되면서 일부러 찢어서 만든 청바지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 자유, 해방 등을 나타내는 젊은이들의 상징물이 됐다. 1960~70년대에는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없어진 것을 이르는 말인 ‘유니섹스(Uni Sex)’의 유행과 함께 청바지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는 ‘섹슈얼리티의 해방’을 의미하기도 했다. 또한, 이 시기에 히피와 디스코 문화가 성행하며 청바지는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았다. ‘청바지의 혁명기’라 불리는 1970년에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뮤즈가 된 데님 소재의 패션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데님은 극적인 신분상승을 이루며 일상의 소재로 자리 잡았다.
 
데님, 자유와 청춘을 상징하다
매년 봄의 기운이 느껴질 때면 국내 전문가들 역시 데님을 트렌드로 꼽는다. 국내에서도 익숙하고 유행의 선도주자인 데님은 1950년대 한국전쟁에 미군들이 참전하면서 흘러들어온 미국문화와 함께 도입됐다. 당시 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대중들은 청바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1970년대 청바지 입은 통기타 가수들에 대한 열망은 청바지를 대세로 떠올리는데 충분했다. 미국에서 그랬듯 국내에서도 청바지 문화는 기성세대의 안일함과 불의에 맞서는 청춘들의 상징물이었다. 이후 1983년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값싸고 실용적인 청바지를 입도록 했고, 기성세대 역시 모든 옷과 잘 어울리며 개성을 드러내기도 충분한 청바지를 입었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청바지는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해왔다. 여성들은 다리부분에 꼭 맞는 날씬하고 홀쭉한 라인을 드러내는 ‘스키니진’을 입고 몸매를 과시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취향과 체형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 청바지는 개성의 전유물로 거듭나며 고급화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데님은 6.25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역사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발전해왔다.
 
청바지는 젊음과 정열을 넘어 실용성 그리고 질서를 의미하는 일상복이다. 뿐만 아니라 데님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간절기에 입기 좋은 청바지의 계절이 왔다. 초목의 싹이 싹트는 따뜻한 계절인 봄처럼 늘 활기가 넘치는 청바지 한 벌엔 역사가 숨 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