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5 14:38 (월)
[청년, 미래를 말하다] 일상 속 물음에 답변하는 작가 김민섭
[청년, 미래를 말하다] 일상 속 물음에 답변하는 작가 김민섭
  • 박유민 인턴기자
  • 승인 2018.06.14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박유민 기자]

작가 김민섭

일상 속 물음에 답변하는 사회인

사람들 간 '연결'이 우리 사회 바꾸는 원동력

 

‘김민섭을 찾습니다’프로젝트를 통해 네티즌과 언론사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캡처
‘김민섭을 찾습니다’프로젝트를 통해 네티즌과 언론사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캡처

몇 달 전, SNS에서는 ‘김민섭이 김민섭을 찾습니다’라는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 큰 이슈였다. 후쿠오카 항공권을 양도하면서 벌어진 인터넷에 삽시간 퍼지며 93년생 김민섭씨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후 속속 등장했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자신의 글과 행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노동하는 작가, 김민섭씨를 만나봤다. 


  • 우리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저작들로 주목 받고 있는데. 

3년전 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시간 강사 일을 했다. 우연찮은 계기로 ‘나는 대학 에서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간강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떤 소속에서 벗어나 대학 외에도 공부할 수 있는 장이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이런 저런 일을 도맡아 하면서 노동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대리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들을 담아 대리운전에 대한 기록을 했고, 이후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고향집에 내려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도 쓰게 되었다. 결국 대한민국 노동현장이 곪아있는 이유는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매일 겪는 일상에 대한 작은 물음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개인을 병들게 만들고 결국 우리 사회를 아프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 최근 우리 사회 ‘워라밸’ 열풍이 거세다. 김민섭 작가에게 워라밸이란.

새로운 시대의 직업이라고 한다면 워라밸을 분리하는게 아니라 워킹 (working)과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이 오히려 붙어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은 일은 일대로, 취미는 취미대로 가져 가려고 하는데서 오는 괴리감도 많다지만, 나에게 글 쓰는 일은 워킹이자 라이프다. 오히려 나에게 라이프는 취미생활이 아닌 육아다.

사실 ‘김민섭을 찾습니다’프로젝트가 워라밸을 무너뜨리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후쿠오카 왕복권을 양도하게 되면서 여권명이 동일한 김민섭을 찾는 프로젝트였는데, 이 일을 계기로 언론사와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게 됐다. 기획이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작은 일에서 시작된 일이 제 삶의 태도를 바꿔나갔다. 김민섭씨를 위한 모금이 마련되기도 하고 또 다른 김민섭씨와의 인연도 닿으면서 아무 이유 없이 그를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결국 모든 개인들이 파편화 되어있는 것 같지만 느슨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걸 믿게 됐다. 이런 감각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시키며 내가 옳다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면 워킹과 라이프가 분리되는 삶이 아닌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 함께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한 키워드를 꼽아본다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 '연결'이다. 90년대 대학가에서 '연대'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신 모든 개인이 파편화되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끈을 누군가가 살짝 잡아당겼을때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구나 느끼게 되고, 그런 것들이 촛불로도 이어지고 미투운동으로도 이어져 사회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연대라는 감각보다는 연결이라는 감각을 사회를 지탱하는 힘으로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기가 필요하지만 그 계기만 있다면 인터넷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감'을 누르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 '자본주의안에서의 순응이 뭐가 나쁜가, 너무 이상적인 말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나도 그 안에 포섭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저도 당장 알바하러 갈때는 목소리 톤이 바뀌고 그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따른다. 다만 어디서든 물음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포섭되어 살아가든, 나와 내 주변과 사회를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그런 개인적 소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계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이런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회 안에 포섭될 수 밖에 없지만 조금씩 물음표를 가지고 주변을 바꿔나가다 보면 조금 나은 사회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개인이 만드는 작은 물음들이 세상을 바꾼다 


작가 김민섭씨에게 ‘당신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래요’라며 아무 댓가 없이 도와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김민섭씨가 만들어낸 또 다른 기적의 원동력이 된 것처럼, 성장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가 개인이 만드는 작은 물음들로 ‘연결’되어 또 하나의 큰 물결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